아이유의 Modern Times, 뭔가 아쉬운 변화 by 성게매니아


<아이유 3집. Modern Times. in Daum Music>

1년 5개월의 간극은 생각보다 컸다. 그 사이 우리에게도, 그녀에게도 많은 일들이 있었다. 누군가에게는 악몽보다 더 한 시간이었겠지만, 그녀는 다시 그녀의 자리로 돌아왔다. 복고라는 꽤나 트렌디한 무기와 함께.

아이유 정규 3집, Modern Times는 하나의 집약체적인 작품이다. 그 동안 그녀가 무대 뒤에서 했을 생각들, 그리고 고민들이 모두 하나의 앨범으로 표현되었다고나 할까. 아이유는 이번 앨범을 통해 복고라는 큰 틀 안에서 그녀가 할 수 있는 최대한의 변화를 시도하고야 만다. 장르만 봐도 알 수 있다. 발라드, 댄스는 물론이고 그동안 기대조차 하지 않았던 스윙재즈에서 보사노바, 그리고 일렉트로닉까지. 기존의 아이유에겐 상상하지도 못했던 매력들이 이번 앨범에는 가득 담겨있다.

시작부터 참신하다. 첫 트랙인 '을의 연애'. 아이유는 이 곡에서 집시 기타에 흐름을 맏긴채 무심한듯 을의 상황에 놓인 연애의 한계를 노래한다. 그러다 다음 트랙에선 마치 작정이나 한 듯 '누구나 비밀은 있는거야'라며 대중을 향해 화살을 당기고, 그러다 다시 연애의 달콤함을 진하게 풀어낸다. 'Obliviate'에서는 보사 스타일의 리듬에 맞춰 이별을 털어내려는 하나의 나약한 여성을 강렬하게 노래하고, '기다려'에서는 아이유 그 자신이 여태 시도하지 않았던 일렉트로니카적인 음악을 선보인다. 또한, 이번 앨범에서는 대선배들과의 특별한 콜라보레이션을 통해 한차원 더 높아진 수준을 보여주는데, 최백호와 합을 맞춘 '아이야 나랑 걷자'나 양희은과 노래한 '한 낮의 꿈'같은 노래에서 아이유는 대선배님들에게 밀리지 않는 감정과 실력을 보여주며 같이 나아가는 모습을 보여준다.

뿐만 아니다. 이번 앨범에서 가장 놀라운 점은, 아이유 스스로가 변화를 시작했다는 점이다. 이번 앨범에서 아이유는, 기존의 앨범들과 다르게 10대 후반에서 20대 중반 사이의 여성이라면 누구나 느낄만한 다양한 감정들을 노래한다. 무심함부터 좌절감, 자신에 대한 의식적 탐구와 혼란스러움까지. 아이유는 이번 앨범을 통해 복잡다단한 그 시기의 생각과 느낌들을 자연스럽게, 그러나 과도한 힘은 느껴지지 않게 풀어낸다. 그 동안 대중이 원하고 아이유 역시 스스로가 지속적으로 보여주던 이미지와 감정은 오직 '소녀'라는 것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는 것을 생각하면, 이는 실로 놀라운 발전이 아닐 수 없다.

그렇다고 해서 이번 앨범이 모든 면에서 완벽한 것은 아니다. 이번 앨범에서 가장 아쉬운 부분은, 아이러니하게도 가장 돋보여야할 타이틀곡에 있었다. 그 동안 아이유와 함께 쉴새없이 달려온 이민수/김이나 콤비의 한계가 드러나버렸다고밖에 볼 수 없을 정도로, 타이틀곡인 '분홍신'은 상당히 아쉬운 모습을 보여준다. 간단하다. 'Modern Times'의 대부분의 수록곡들은 아이유의 변화와 새로움을 노래하고 있지만, '분홍신'은 이와는 거리가 멀다. '분홍신'은 그동안 아이유가 대중에게 지속적으로 검증받아온 전형적인 아이유 스타일의 곡이다. 빅밴드 스타일의 스윙재즈라지만, 이런 포장만 살짝 걷어내면 그동안 아이유가 보여줬던 타이틀곡들과 크게 차이가 없다. 물론, 자본의 논리가 개입되는 대중음악시장의 특성상 안전하게 가려는 기획을 굳이 이해하자면 이해할 수는 있다. 그러나 앨범 자체의 컨셉이라 볼 수 있는 '새로움'이 대중에게 가장 많이 노출이 될 수 밖에 없는 타이틀곡에서 드러나지 않는다면, 이는 기획자의 큰 오판이 아닐 수 없다. 결국 대중에게 들리고 보이는 것은 변화하고 한단계 더 진화한 아티스트 아이유가 아닌, 그저 그런 판에 박힌 기획가수 아이유가 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아이유 - 분홍신. 조금만 더 새로웠다면. youtube>

아이유의 이번 앨범은, 아이유에 대한 대중들의 인식을 획기적으로 바꾸는데 상당한 기여를 할 수 있을만한 앨범이다. 전체적인 기획력이라던지 곡 선정, 그리고 부쩍 성장한 아이유의 표현력까지. 어느 하나 나무랄 데 없다. 하지만 결국 마지막에 가서 기획사가 만들어놓은 틀 안에 기어코 갇혀버린 아이유를 보며, 대중음악의 한계를 느낀것 또한 사실이다. 때론 안정감 있는 랠리보다 임팩트 있는 스파이크 한 방이 위력을 발휘할 때가 많음을, 기획자들은 정녕 모르는 것일까. 아니면 애써 외면하는 것일까.



덧. 이번 앨범에서 가장 주목할만한 곡을 굳이 고르라면.
가인과 함께 부른 "누구나 비밀은 없다"
개인적으로 기획의 힘이 컸다고 믿고 싶은 곡이지만.
어쨌든 결과적으로 영민한 선택이었음에는 이의가 없다.
굳이 가사때문이 아니더라도, 아이유와 가인이 보이는 환상의 호흡. 그리고 긴장감.
그 하나만으로도 이미 이 곡의 가치는 충분하다.